사교육의 이모저모2
#읽고생각하기 - 학부모들이 꼭 알아야 사교육의 이모저모 2
부모 입장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사교육은 특이한 서비스다. 구매는 주로 부모가 하고 소비는 학생이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구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기대효과보다는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
사교육 효과 분석 리포트
먼저 학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살펴보자.
첫째,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의 경우 학원의 특목고 대비반이 경쟁의식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공부의욕을 갖게 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학교에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효과다. 상위권 학생으로 주로 내적동기와 성취욕구가 약한 경우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하지만 경쟁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도 만만치 않다.)
둘째, 학원이라는 환경이 주는 효과다. 일단 학원에 가면 PC방이나 스마트폰 등 아이들을 자극하는 환경으로부터 분리되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학원은 그래도 공부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볼 때 자극을 받는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하지만 감옥에 가도 할 짓은 다 하는 게 인간이기 때문에 학원에 가서 더 잘 노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셋째, 성적 관리 효과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시험 대비 서비스를 잘 활용하면 어느 정도는 혼자 공부할 때보다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기출문제와 예상문제를 집중적으로 풀면 단기간의 준비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적을 받을 수 있다.(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성적이 상위권일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넷째, 자습 관리 효과다.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를 집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보통 학교 숙제와는 달리 사후 확인점검이 철저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원숙제는 억지로라도 하는 편이다.(하지만 형식적으로 숙제 검사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섯째, 흥미 유발 효과다. 점점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교육이 많다. 학교 공부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경험하게 되면 동기를 많이 회복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주로 저학년에서 많이 나타나는 효과다.(하지만 오히려 사교육 때문에 흥미를 잃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섯째, 일종의 사람을 통한 치유효과다. 주변에 자신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 사교육 현장이지만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을 만나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학원 선생님의 관심과 사랑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하지만 매우 우연적인 만남이기에 확률이 높지 않다.)
이전에는 사교육의 가장 강력한 효과로 입시효과를 들 수 있었다. 우선 대학입시에서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시험, 학교에서 배우지 않고 대비하기 어려운 시험을 위해서는 사교육 외에 대안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특히 특목고 입시 초기에 실시한 학교별 선발시험은 가관이었다.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 하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를 출제한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대입에서 일부 대학의 논술과 구술면접 문제가 사교육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지만 법률적 제재대상이 되면서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기에 사교육 효과의 하나라로 오래 인정받았던 입시효과는 이제는 제외시키는 것이 마땅하다.(특목고와 자사고 입시에서의 사교육 유발요인은, 자기주도전형이 도입되고 정착되면서 거의 사라졌다. 물론 최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영재고와 과학고 입시에서 사교육 유발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급부상한 ‘학생부종합전형’은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사교육 유발효과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만약 사교육 효과가 유효하다면 결국 대학이 속은 것이 된다는 사정을 생각해보면 수긍할 수 있지 않을까?)
고교 진학 이후에 과도한 학습량과 빠른 진도를 소화하기 위해 수학과목의 경우 선행학습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반드시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역시 제외시켰다. 중학교 때까지의 수학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의 경우라면 일부 선행학습 효과가 긍정적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에게 선행학습은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 선행이 문제가 아니라 이전 교육과정에 대한 완전학습이 더 필요하며 사교육의 빠른 진도가 아니라 느린 진도, 주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면서 필요한 실력을 쌓는 능력, 자습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행학습 효과는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더 강하기에 제외시켰다. 학습효과 측면보다는 사교육의 상술 측면이 훨씬 강하다는 판단이다. 상위권이 선행학습을 하니까 따라가기 위해서는 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수포자’가 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이외에도 질의응답 효과, 진단과 처방 효과 등을 긍정적 효과로 꼽을 수 있다. 보통은 보충과 심화학습 효과를, 사교육의 중요한 효과로 꼽기도 한다.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보충학습을, 평균 수준에 맞추어진 학교 수업만으로는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심화학습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말만 그렇지 현실은 전혀 다른다. 보충학습과 심화학습이 효과적으로 진행되려면 학교 진도와 사교육 진도가 맞춰져야 하는데 그렇게 진행하는 사교육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사교육의 부정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우선 지적해야 할 문제점은 수업의 과잉과 자습의 부족 현상이다. 학교에서도 적지 않은 수업을 듣는데 사교육에서도 또 수업을 듣게 되면 전체 공부시간은 늘어나지만 종종 자습시간이 줄어들어 오히려 학습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업과 자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공부시간의 대부분이 수업시간으로 채워지다 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자습시간의 부족은 대부분 수업효과까지도 무효로 만들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비슷한 문제지만 중복학습의 문제도 가볍게 볼 수 없다. 학교 수업에서 배우거나 배울 내용을 학원에서 배우게 되면 반복학습의 효과보다는 중복학습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여러 번 반복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건 자습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수업은 가급적 같은 내용을 한 번에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가 부족하면 질문이나 자습을 통해 해결해야지 또 수업을 듣는 것은 낭비가 너무 크다. 50분 수업을 듣고 이해가 부족하면 부족한 부분만을 찾아 해결해야 시간을 줄일 수 있는데 또 50분 수업을 듣는다면 시간 낭비가 너무 클 수밖에 없다.
사교육에 의존하는 학생들을 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학습의 기회를 너무 가볍게 보는 경향이 뚜렷하다. 어차피 또 배울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기회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기회의 낭비가 심하고 결과적으로 공부의 질이 떨어져 그만큼 양이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대부분 공부 피로감을 호소한다. 저질 공부를 양으로 커버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 평소에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대충 때우면서 오래 버티는 공부라고 할 수 있다.
질 낮은 공부에 따른 과도한 공부시간은 피로감과 동시에 보상심리를 낳는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학습효과는 떨어지지만 눈에 보이는 공부시간은 충분히 많다고 생각하면 그만큼 고생했으니 부모에게 자유를 달라고 요구하기 십상이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장시간 공부에 따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욕망이 강해진다. 학원에 가는 시간과 학원 숙제하는 시간만으로도 부모에게 보여주는 공부시간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남은 시간에는 당당해진다.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모습은 자취를 감춘다. 이런 경우에 학생들의 성적이 좋을 수가 없고 부모들은 심한 불만을 갖게 된다. 성적도 나쁘면서 당당하게 놀 권리를 주장하는 아이에게 화를 참기 어렵다. 결국 갈등이 심해지는 만큼 아이는 공부가 더 하기 싫은 상태가 되고 그런 아이를 지켜보면서 부모는 더 화가 나는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그렇게 사교육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 아이들은 대부분 관리 받지 않으면 공부하지 않는 아이가 된다. 누군가가 옆에서 감시하지 않으면 반드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행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 관리 받는 스트레스를 견디려면 관리가 없을 때 마음껏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부모들을 가장 실망시키는 경우를 살펴보자. 한 때 전교권 성적이었는데 계속 성적이 떨어진다. 특히 정작 중요한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원인도 대책도 안개 속이니 부모는 답답할 따름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그런 경우 학생들은 대부분 이해력은 뛰어나지만 사고력이 많이 떨어진다. 사교육의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 덕분에 이해력은 어느 정도 발달했지만 외부의 설명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재구성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우에 거의 두뇌가 마비상태에 빠진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런 공부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끙끙 매는 학생에게 간단한 실마리를 던져주면 금방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나서 학생 스스로 이렇게 쉬운 문제를 못 푼다고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이해력은 고급인데 사고력은 저급인 경우라면 대부분 사교육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사교육을 많이 받으면 모르는 것도 없고 제대로 아는 것도 없는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오답노트를 만들어도 해설을 베껴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내용과 그렇지 못한 내용, 기억하고 있는 내용과 기억해야 할 내용, 중요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구분하지 못 한다. 스스로 정리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다. 보통은 많은 학습량을 소화하느라 자신의 공부를 되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한 문제라도 생각하면서 제대로 풀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느꼈던 자신의 약점을 찾아 하나하나 정확하게 해결하기보다는 많은 문제를 풀면서 익힌 감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한 문제를 풀고도 많은 걸 얻는 학생에 반해 사교육에 의존해온 학생은 문제집 한 권을 다 풀고도 제대로 배우는 게 없다.
또한 늘 핵심요약에 의존해왔기에 스스로 핵심을 파악하고 정리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험범위가 좁으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지만 수능과 같은 시험에서는 대부분 무너진다. 학습량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뒤죽박죽 정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