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에요 2019. 4. 30. 14:36

#읽고생각하기 - 학부모들이 꼭 알아야 사교육의 이모저모 1

사교육 효과는 떨쳐버리기 어려운 유혹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교육 효과를 해체하여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안목이 없으면 사교육의 심각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사교육 논란

먼저 사교육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논란을 정리해보자.

교육은 공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사교육은 반칙입니다. 독일처럼 선행학습은 교사의 수업권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동일한 출발선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사교육이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유가 우선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교육 규제는 개인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겁니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게 말이 됩니까.’

쉽게 합의하기 어렵게 보인다. 이번에는 계층 이동에 대한 논란을 살펴보자.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대물림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희망의 사다리인데 그 사다리가 끊어진 것입니다. 그 주범은 바로 사교육입니다.’

하지만 경쟁사회에서 어떻게 경쟁을 피해갈 수 있느냐는 반론도 거세다.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사회는 경쟁인데 경쟁을 위해 노력하지 말라는 얘기가 말이 됩니까.’

역시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사교육으로 인해 학교교육이 엉망이 돼가고 있습니다. 학교에 와서 학원 갈 준비를 하는 아이들, 숙제를 하거나 잠을 잡니다. 더 이상 심각한 사교육 문제를 방관할 수 없습니다.’

학교 교육에 대한 사교육의 영향에 대해서도 찬반이 갈린다.

‘학교가 제대로 가르치면 누가 학원에 보내겠습니까. 하향평준화 시키는 학교 교육의 문제를 사교육 탓으로 돌리는 건 책임회피 아닌가요.’

역시 접점을 찾기 어려운 쟁점이다.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문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엇갈린 시각이 맞서고 있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써서 명문대에 합격한다 하더라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세상입니다. 이제는 정말 학벌의식에서 벗어날 때입니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학벌의식이 사라질까요. 순진한 겁니까, 멍청한 겁니까. 그럴수록 더 많이 투자해서 취업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요.’

역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주로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사교육을 거론하는 얘기들을 들으면 비판론과 옹호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어느 편을 들어야 할까요? 하지만 내가 만난 다수 부모들은 그런 얘기들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혼란스럽다고 한다. 책임지질 못할 말들만 늘어놓는다는 생각에 교육 전반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것 같다.

'내 돈 내고 내가 사교육 시키는데 왜 이리 말들이 많아!'

변하지 않는 학교에 비해 발 빠르게 대응하는 사교육을 더 신뢰하고 부모가 개입할 수 없는 공교육보다는 부모가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는, 그리고 어느 정도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교육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부모의 마음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늘 한다.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이야기

이번에는 관계자 또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자. 우선 사교육 종사자들의 의견도 크게 갈린다. 우선 반성파의 얘기를 들어보자.

‘사교육 효과는 사실 착각일 뿐입니다. 사교육 업자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에 불과한데 부모들이 속고 있는 겁니다. 사교육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소수에게만 쏟는 상황에서 다수 학생들은 돈만 내는 들러리가 되는데 정말 안타깝고 죄송합니다. 궁여지책으로 학원 강사를 하고 있지만 기회만 되면 언제라도 그만 두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소신파의 목소리다.

‘아이들을 만나면 학교가 정말 엉망이라고 합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도 분위기가 정말 아니라고 합니다. 비록 돈을 받고 가르치는 학원 강사지만 저희라도 열심히 가르쳐야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우리 교육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야기 아닌가. 학교 선생님들의 의견도 모아봤다.

‘학원에 다니는 애들 때문에 곤란한 문제가 너무 많이 생깁니다. 다들 안다고 생각하는지 수업 분위기를 흐리기도 하고 공부 못 하는 아이를 무시해서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학교에, 학원 스트레스를 풀려고 오는 애들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다른 목소리도 있다.

‘어차피 학교는 모든 애들한테 신경을 써야 하거든요. 아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나 학교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애들은 부모님을 불러서 학원 보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하는 게 부모와 아이를 위해 교사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비판론과 옹호론이 맞서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사교육에 대해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우선 학습법 전문가들은 사교육보다는 자기주도학습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학원을 모두 끊고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강경론부터 학원을 다니더라도 자습능력을 잘 관리해줘야 한다는 온건론까지 다양하다. 공부하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 인기를 끌고 있는 코칭 분야의 전문가들은 학생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전문적인 코칭을 받는 것이 사교육보다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진로 분야의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학습동기가 중요한데 동기 부여를 위해서는 진로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의 효과를 활용해야 한다고 홍보한다.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은 사교육은 효과가 없다는 주장을 곁들인다. 진단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 진단을 해야 해법도 나온다고 설득한다. 진단 결과에 근거한 맞춤형 사교육을 권하는 경우도 많다.

심리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심리치료를 받으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온갖 심리치료 기법이 인기를 끌고 있습다. 한편 일부 정신과 의사들은 틱, ADHD 등에 대한 심리치료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약물치료의 효과를 강조한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들은 대부분 사교육 효과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사교육으로 인한 공부상처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입시제도가 복잡해짐에 따라 컨설팅 사업이 호황을 맞고 있다. 입시전략을 먼저 세우고 나서 전략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그들의 말은 솔깃하다. 전략만 잘 세우면 입시에서 성적의 열세를 만회할 수 있다는 주장을 들으면 부모들은 의심을 하면서도 결국 그 말을 믿고 싶은 마음에 지갑을 열게 된다.

다양한 얘기들을 하는데 모두 자기 이익에 충실한 말만 하는 것 같다. 부정적으로 보자면 부모는 고객이자 봉이다. 안타깝게도 조금은 부모 입장에서 자신들이 하는 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을 헤아리려는 전문가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실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갔는데 아이를 보더니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데 제가 무슨 죄인이 된 기분이었어요.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여겨져 아이를 보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런 부모의 심정을 모르지 않을 텐데 전문가로서 너무 쉽게 말 하는 것은 아닌가, 저도 한때 그런 일을 했던 전문가로서 많이 반성했다.

학생들의 이야기

이번에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몇 가지 쟁점이 있다.

-학원 선생님이 학교 선생님보다 훨씬 잘 가르친다.
-학원의 프로그램대로 준비해야 특목고나 자사고 그리고 명문대 입시를 준비할 수 있다.
-학원에 가야 성적이 오른다.
-학원에 다녀야 공부를 열심히 한다.
-학원에 가서 정보를 얻어야 경쟁에서 유리하다.

학생들 역시 찬반양론으로 갈리지만 전반적으로 사교육 효과에 대해 긍정적인 쪽이 훨씬 강한 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성적대별로 다수파가 갈린다는 점이다. 최 상위권에서는 사교육 효과 회의론이 강한 편이다. 상위권은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되며 중상위권이나 중위권으로 내려올수록 찬성론이 대세를 장악한다. 물론 학원에 다니는 전체 학생을 기준으로 보면 '의견 없음', 그냥 다님이 가장 많다.

전체적으로 보면 돈을 지불하는 부모 입장에서 사교육을 생각하는 자식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저희 부모님이 어렵게 번 돈을 사교육비로 쓰는 거잖아요. 너무 고맙지요. 가급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으려고 해요. 과외가 좋기는 하지만 EBS 강의를 들어도 큰 차이는 없는 거 같아요.'

드물지만 부모 입장을 잘 헤아리고 있는 학생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고맙다는 말을 하게 된다.

부모들의 모습

마지막 부모들의 사교육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자. 가장 뚜렷한 기준은 소득수준별 차이다. 사교육비 지출규모에 구애받지 않는 상류층 부모들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학교교육보다는 사교육이 우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집착하지 않는 편이다. 사교육 효과가 미미하거나 제대로 확인되지 않으면 바로 대체 수단을 찾는다. 해외유학이나 국제학교 등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지출이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효과가 있다면 추가 지불할 여력이 되는 분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지역마다 존재하는 유명한 학원에 보내는 경우와 직접 정보를 수집하여 그룹 과외를 짜는, 속칭 돼지엄마 부류가 있다. 전자에 비해 후자는 자신의 판단을 확신한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과 선택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이와 사교육 효과에 대한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전자는 아이의 의견을 수용하는 편이지만 돼지엄마와 그 추종자들은 보통 자신의 뜻대로 밀고 나가는 편이다.

사교육비 지출에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경우는 대부분 주변 부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이에게 어떤 사교육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부모의 체면치레를 위해 남들만큼은 시킨다는 말을 하고 싶어 한다.

사교육비를 지출할 여력이 전혀 없는 경우는 사교육에 대한 미련과 패배의식을 보인다. 아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입시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다. 안타까운 것은 사교육 말고 부모로서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역할까지도 포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부모 본인의 학창시절 경험도 사교육에 대한 태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능세대로서 학교 공부보다는 사교육을 통해 입시에 성공했다고 믿는, 그런 믿음의 근거가 되는 사교육 경험이 있는 부모들은 다분히 맹목적이다. 그런 부모들은 지불능력 범위를 초과하여 빚을 내서라도 사교육을 시키겠다는 경향이 강하다. 자발적으로 에듀푸어가 된다. 특히 명문대 출신들의 사교육 사랑은 각별합니다.

당연히 어떤 동네에서 아이 교육을 시키느냐도 중요하다. 전국을 다녀본 경험에 따르면 지역마다 사교육 표준스펙이 존재하는 것 같다.(대구 수성구와 부산 해운대 지역의 경우 서울 대치동에 질 수 없다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고학력자가 많은 대전 둔산 지역도 비슷하며 울산은 사교육 업자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신도시의 경우 기존에 살던 지역에서 실패한 경험을 만회하기 위해 마치 패자부활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모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사교육 이용률과 비용 지출도 높은 편이다.

전국의 사교육 현장에서 많은 부모님들을 만났다. 전 세계에서 사교육이 가장 발달한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 부모님들은 한가할 수가 없다. 사교육비를 벌려면 더 오래, 열심히 일해야 하고 또한 좋은 사교육을 고르기 위해 정보도 찾아야 한다. 아이가 학원에 가 있는 동안은 그래도 마음이 편하다는, 단순한 심리적 효과만으로는 사교육비 투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된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몹시 안타깝게도 아이 입장에서 사교육이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아이에게 꼭 필요한 사교육을 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님들을 거의 만난 적이 없다.

'사교육에 대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아이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머리가 입시정보로 가득 찬 부모들을 만나면 측은하기도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부모교육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아이를 잘 모르고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로 엄마 주도의 사교육은 과연 약일까, 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