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가람중학교-'19/학부모와 함께-박재원소장 글

감옥에 갈 아이들과 부모이야기-1

강이에요 2019. 4. 30. 14:41

#읽고생각하기 - 감옥에 갈 아이들과 부모 이야기-1

감옥에 갈 엘리트들

"여러분은 과연 얼마를 주면 1년 정도 범죄자가 될 용의가 있습니까?"

과연 어떤 답변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했습니다.

'10억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에 가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손들어 보세요?

과연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한 단체에서 서울·경기 지역의 초·중·고교 학생 6000명을 대상으로 윤리의식을 조사한 결과, 고등학생은 44%, 중학생은 28%, 초등학생은 12%가 10억을 위해 범죄자가 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자녀는 괜찮으십니까?"

우리 사회의 낮은 윤리의식을 지적하기 위해 묻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부모들, 여러분들이 걱정돼서 하는 말입니다. 언제 범법자가 될지 모르는 아이로 키우는 부모들. 애지중지 키운 자식이 감옥에 가는 순간, 그 부모의 삶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내 자식은 절대 그럴 리 없다!" 이렇게 확신하는 부모들이 얼마나 될까요?(제발 모두 그렇게 생각하시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초등, 중등, 고등의 비율 변화에 주목합니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 우리 부모들이 선망하는 판사, 검사, 의사, 공무원, 대학교수, 그들 중에서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전락한 사례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요? 저는 생각합니다.

"소중한 자식이 범죄자가 되는 순간 그 부모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남에게 자랑할 만한, 자식 잘 키웠다는 얘기를 들을 만한 자식을 만들기 위해 외길을 달리고 있는 부모들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습니다. 그 외길 옆은 바로 낭떠러지,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기적인 아이들과 위태로운 부모

‘더불어 살기 의식 세계 꼴찌’라는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국제교육협의회(IEA)가 2009년 여러 나라 중학교 2학년생 14만6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제 시민의식 교육연구(ICCS)’의 결과입니다. 관계지향성, 사회협력, 갈등관리, 3가지를 지표로 사회역량을 측정해보았더니 한국 청소년들은 관계지향성과 사회협력 측면에서 0점을 받았습니다. 정반대로 갈등관리 측면에서는 덴마크 다음으로 높은 2위를 기록했는데, 갈등의 민주적 해결 절차와 관련한 지식은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의식수준은 매우 낮지만 지식수준은 높은 이상한 아이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엘리트의 모습이, 조사결과에서도 보이지 않습니까. 외로운 경쟁에서 승리하여 높은 자리에 올라갔지만, 그럴수록 돈과 권력의 유혹은 커지고, 결과적으로 언제라도 이기적인 생각에 빠져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엘리트들.

그렇게 자랑스런 엘리트로 자식을 키운 부모가, 순식간에 어디 가서 말도 못하는 처지로 전락한 불효막심한 자식을 지켜보는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너무 부정적인 쪽으로 기운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정말 아이에게 고맙기만 한 이야기도 분명 있습니다.

'엄마 말이 모두 맞는 것 같아요. 자유를 준 엄마가 고마워요. 엄마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해주었는데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정말 고마웠어요.'

제가 진행한 부모교육에 참여하신 한 엄마의 사연입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경제적으로 쪼들려 비싼 옷이나 신발을 사주지도 그 흔한 사교육도 거의 제공하지 못하고 밥해주고 대화하고 내 살기 바빴는데 알아서 하라고 자유를 주고 기다리고 지켜보고 있는데도 너무나 많은 것을 해주었다는 이런 말들을 듣네요.'

부모의 선택

돈이 없어 학원을 못 보내면 경제력이 떨어지는 무능력한 부모가 되는 세상입니다.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기다리고 지켜보는 부모는,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무책임한 부모가 되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회적인 편견을 소신껏 이겨낸 부모들이 있습니다. 앞에 사연을 소개한 어머님이 제가 낸 부모교육 숙제에서 밝힌 본인의 생각입니다.

1. 나를 낳고 돌보아주신 내 부모님이 평범한 사람이었고 나와 남편도 평범한 사람이고 아이들도 평범한 사람이라 아이들이 크게 어긋나거나 잘 못 자랄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했습니다.

2. 나는 인생의 성공을 돈이나 명예 권력에 두지 않고 "가치 있는 삶"에 두고 살고 있으니 이러한 부모 모습을 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은 크게 어긋나거나 잘 못 자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 내가 선한 마음으로 이웃을 돕고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은 지역사회에 좋은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덕을 쌓는 일이기도 하므로 내가 쌓는 덕이 내 아이와 많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 '세속적인 관점에서도 나는 아이가 셋인데 우리 아이 셋이 다 세속적으로 성공하고 출세하면 불공평하다. 잘 되는 놈도 있고 그저 그런 놈도 있고 그래야 공평한 것이고 그건 다 제 하기 나름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5. '어차피 인생은 고통과 기쁨, 슬픔, 희망, 절망과 같은 것들이 섞여 있는 것이라 그것을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고 감당해내는 것이 필요하니 어릴 때부터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보고 느끼고 체험하여 세상을 알고 인생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고 보여주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들은 세상과 사람을 이해할 것이고 어떤 어려움도 잘 이겨내고 어떤 환경에서도 잘 살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면서 늘 당당했고 제 인생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을 가지고 계십니다. 삶의 중심이 바로 서있기에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기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문제라기보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불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 부모에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자기 마음에 드는 아이를 원하는 부모는 결코 아이에게 만족할 수 없습니다.(모의고사 전국 1등 부모도 다르지 않더군요.)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에 따라 부모의 마음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이겠지요.

"내가 너 때문에 못살겠다!"

아이에게 모두 덮어씌우는 부모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최소한 부모로서, 널뛰기하기 십상인 부모 마음에 따라 아이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원칙이라도 세워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